본문
2023년 3월, 허블로는 현대미술가 다니엘 아샴을 새 앰배서더로 발탁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첫 결과물은 시계가 아니라 스위스 체르마트 설원에 세운 20미터 높이의 해시계였다. 실제 시계가 나오기까지는 그로부터 1년 이상이 더 걸렸다. 2024년 포켓워치 드롭릿, 2025년 손목시계 스플래시로 이어지는 지금까지의 전개다.
아샴은 부서지고 침식된 사물을 크리스털로 봉인하는 "픽셔널 아키올로지" 작업으로 이름을 알린 작가다. 하지만 허블로와 함께 만든 두 시계에는 부식이나 균열의 흔적이 거의 없다. 대신 물방울이 떨어지는 순간을 얼린 유체의 형태를 택했다. 이 글에서는 왜 이런 방향 전환이 일어났는지, 두 모델의 실제 스펙과 가격,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 이 협업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정리한다.
핵심만 먼저
2023년 앰배서더 발탁 이후 포켓워치·손목시계로 이어지는 2단계 라인업이다.
두 모델 모두 각 99개 한정이며 착용 방식과 가격대가 다르다.
갈라지고 부식된 형태 대신 물방울이 떨어지는 순간을 사파이어로 얼린 형태를 택했다.
두 모델 모두 공식 판매 채널을 통해서만 구할 수 있고, 리셀 시세는 아직 형성 초기 단계다.
왜 허블로는 다니엘 아샴을 택했나
허블로가 다니엘 아샴을 새 앰배서더로 발표한 것은 2023년 3월 6일이다. 아샴은 부서진 가전제품, 낡은 스니커즈, 오래된 카메라 같은 일상 사물을 화산재, 석영, 셀레나이트 같은 지질학적 소재로 다시 만들어 먼 미래의 유물처럼 보이게 하는 "픽셔널 아키올로지" 작업으로 미술 시장에서 이름을 알렸다. 소더비 경매에는 그의 "이로디드 재킷", "이로디드 브릴로 박스" 같은 작품이 꾸준히 오른다. 워치메이킹과 접점이 없어 보이는 이력이지만, 소재를 섞고 변형하는 데 집중해 온 허블로 입장에서는 정체성과 맞닿는 지점이 있었다.
흥미로운 지점은 발탁 이후의 순서다. 첫 프로젝트는 시계가 아니라 스위스 체르마트 슈바르츠제(해발 2583미터) 설원에 세운 20미터 높이의 해시계 설치작 "라이트 앤드 타임"이었다. 실제 시계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그로부터 1년 이상이 더 걸렸다. 시계에 아샴의 그래픽을 얹는 방식이 아니라 세계관을 매체로 옮기는 데 시간을 들였다는 신호로 읽힌다.
포켓워치에서 손목시계까지, 두 모델의 실제 스펙
첫 결과물은 2024년 공개된 MP-16 "아샴 드롭릿"이다. 물방울 하나가 손 위에 떨어져 굳어버린 형태로, 마감이 다른 두 개의 물방울형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샌드위치 구조로 겹쳤다. 핸드와인딩 메카-10 칼리버는 트윈 배럴 직렬 연결로 240시간, 즉 10일 파워리저브를 구현했다. 티타늄 체인이나 목걸이를 원터치로 바꿔 달아 포켓워치, 펜던트, 테이블 시계 세 가지로 쓸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아이디어다. 99개 한정, 가격은 9만2000유로였다.
두 번째이자 최초의 손목시계형 모델은 2025년 10월 공개된 MP-17 "아샴 스플래시"다. 42×15.35mm 마이크로블라스트 티타늄·사파이어 케이스에, 자체 시설에서 성형한 프로스티드 박스형 사파이어 베젤을 얹었다. 다이얼은 비대칭 형태이며 케이스백까지 사파이어로 마감했다. 무브먼트는 같은 계열인 메카-10(HUB1205)로 264개 부품, 240시간 파워리저브. 방수는 50m다. 역시 99개 한정, 가격은 세금 별도 6만9000달러다.
- 드롭릿(2024): 73.2×52.6×22.5mm, 메카-10 핸드와인딩, 파워리저브 240시간, 99개 한정, 9만2000유로
- 스플래시(2025): 42×15.35mm, 티타늄·사파이어, 방수 50m, 메카-10(HUB1205), 99개 한정, 6만9000달러(세전)
침식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
여기서 이 협업의 핵심 질문이 나온다. 아샴을 미술 시장에서 유명하게 만든 것은 부서지고 침식되고 균열이 간 사물의 이미지다. 크리스털이 자라난 오래된 카메라, 녹슨 듯 보이는 스니커즈, 갈라진 표면 사이로 광물이 드러나는 조각이 그의 대표작이다. 그런데 드롭릿과 스플래시 어디에도 부식이나 파손의 흔적은 없다. 대신 두 모델 모두 물방울이 떨어지거나 튀는 유체의 순간을 매끈하게 얼린 형태를 택했다.
이 차이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갤러리 조각은 정지된 오브제라 침식된 표면을 그대로 예술적 진술로 남길 수 있지만, 손목에 차고 손으로 만지는 시계는 다르다. 실제로 부식되거나 갈라진 것처럼 보이는 표면은 결함으로 읽히기 쉽다. 9만 달러가 넘는 물건이 깨진 것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상업적 제약이, 침식 대신 파손 위험이 없는 유체 모티프를 택하게 만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협업의 개념적 연결이 약하다는 비판과, 매체에 맞게 언어를 번역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갈리는 지점이다.
가격이 말해주는 포지션
두 모델은 허블로의 익셉셔널 타임피스, 이른바 MP(매뉴팩처 피스) 라인에 속한다. 빅뱅이나 클래식 퓨전 같은 양산 라인과는 가격대 자체가 다르다. 빅뱅 유니코 세라믹이 통상 2만~3만 달러대인 것과 비교하면, 드롭릿의 9만2000유로와 스플래시의 6만9000달러는 이름값과 메카-10 무브먼트, 사파이어 자체 성형 기술이 더해진 가격이다. 이 가격이 워치메이킹 콘텐츠만으로 설명되는지, 아트 협업 프리미엄이 상당 부분인지는 구매자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다.
리셀 시세는 이 협업에서 특히 조심스럽다. 두 모델 모두 출시 1~2년 남짓으로, 2026년 7월 기준 공개된 리셀 거래 데이터가 거의 쌓이지 않았다. 다른 허블로 협업들과 달리 세컨더리 마켓에서 안정적인 시세 밴드가 형성됐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리셀 차익을 노린 구매라면 그 판단을 뒷받침할 데이터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지금 이 컬렉션에 접근하는 법
드롭릿은 손목시계가 아니라는 점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포켓워치, 펜던트, 테이블 시계로 전환해 쓰는 제품이라 일상적인 손목시계 수요와는 맞지 않는다. 손목에 차는 시계를 원한다면 선택지는 스플래시 하나뿐이다. 42mm 케이스는 착용감은 무난하지만, 핸드와인딩이라 주기적으로 감아줘야 하고 방수는 50m로 일상 수준에 그친다.
결국 이 협업은 허블로의 소재 기술을 아샴의 서사로 포장한 익셉셔널 피스에 가깝다. 아샴의 작업에 이미 공감하거나 초기 한정판 특유의 희소성에 가치를 두는 컬렉터가 아니라면 서두를 이유는 없다. 협업이 막 2년 차인 만큼, 다음 결과물을 지켜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구매 전 결정할 것
6만9000달러에서 9만2000유로대에 걸쳐 있는 협업인 만큼, 어떤 모델을 왜 사는지부터 명확히 하는 게 우선이다.
첫 콜라보 입문
9만~10만 달러대는 허블로 입문 가격이 아니다. 빅뱅이나 클래식 퓨전 기본 라인부터 보는 편이 순서에 맞다.
실사용 중심
스플래시는 42mm 티타늄 케이스로 일상 착용이 가능하지만, 드롭릿은 포켓워치·펜던트·테이블시계 겸용이라 손목시계 대체재로는 맞지 않는다.
컬렉션 목적
아샴의 조각 작업을 이미 소장하고 있거나 그의 픽셔널 아키올로지 세계관에 관심이 있다면 서사가 이어지는 피스로 볼 만하다.
예산 절충
허블로 소재 실험 자체에 관심이 있다면 아샴 협업보다 낮은 가격대의 빅뱅 유니코 세라믹 라인에서 유사한 소재 감성을 먼저 경험할 수 있다.
적합 이런 사람에게 어울린다
- 다니엘 아샴의 조각·설치 작업을 알고 그 서사에 공감하는 컬렉터
- 허블로의 익셉셔널 타임피스 라인에서 소재·구조 실험을 즐기는 애호가
- 99개 한정 희소성과 협업 초기 피스에 가치를 두는 얼리어답터
신중 이럴 땐 다시 생각해 볼 것
- 아샴의 조각에서 보이는 균열·부식 표현을 시계에서도 기대하는 사람, 실물은 유체 이미지에 가깝다
- 리셀 유동성이 필요한 사람, 두 모델 모두 출시 1~2년 차라 기준가가 아직 불안정하다
- 포켓워치 겸용 드롭릿을 손목시계로 착용하려는 사람, 애초에 손목시계 케이스가 아니다
차 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손목 얘기는 개인차가 크니 반복되는 것만 추렸다.
4 디자인 관점
반복되는 평가는 프로스티드 사파이어 베젤과 비대칭 다이얼의 완성도가 기대 이상이라는 쪽이다. 다만 유체 모티프가 아샴 특유의 침식 이미지와는 결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3 개념 대 실물
아샴의 갤러리 작업을 아는 이들 사이에서는 부식·균열이 아니라 매끈한 물방울 형태를 택한 점을 두고 의견이 갈린다. 개념적 연결이 약하다는 평가와, 매체에 맞게 번역했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4 소재·마감
사파이어 성형 기술과 티타늄 마감 수준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우호적이다. 스플래시의 프로스티드 베젤이 자체 제작이라는 점이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3 가격 저항
99개 한정에 6만9000달러에서 9만2000유로대 가격을 두고, 이름값 대비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얇다는 반응이 일부에서 관찰된다.
3 리셀 관점
출시 1~2년 차 피스라 되팔림 사례 자체가 드물다는 지적이 있다. 장기 가치는 판단할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만족한 부분과 아쉬운 부분
드롭릿과 스플래시가 서로 다른 착용 방식과 가격대로 진입 지점을 나눠 놓았다
출시 1~2년 차로 리셀 데이터가 거의 없어 장기 가치 판단이 어렵다
자주 나오는 질문 정리
Q. 정가는 얼마였나?
2024년 드롭릿은 9만2000유로, 2025년 스플래시는 세금 별도 6만9000달러였다. 두 모델 모두 각 99개 한정이다.
Q. 지금도 구할 수 있나?
스플래시는 2025년 10월 출시 당시 허블로 부티크와 공식 리테일러를 통해 판매 중이었다. 재고는 매장별로 다를 수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
Q. 드롭릿과 스플래시 중 어떤 게 손목시계인가?
스플래시가 42mm 티타늄·사파이어 케이스의 손목시계다. 드롭릿은 포켓워치·펜던트·테이블시계로 형태를 바꿔 쓰는 제품이다.
Q. 왜 갈라지거나 부식된 디자인이 아닌가?
물방울이 떨어지는 순간을 형상화한 유체 모티프를 택했다. 아샴의 갤러리 작업에서 보이는 침식·균열 표현과는 다른 방향이다.
Q. 가품 위험은 없나?
공식 부티크·리테일러 외 경로로 유통되는 물량 자체가 거의 없는 초기 한정판이라, 정품 인증서와 박스, 공식 구매 경로 확인이 가장 안전하다.
출처
- 브랜드 공식 제품 정보 및 공개 매거진·리셀 플랫폼 보도 종합
브랜드 공개 정보와 매체·리셀 플랫폼 자료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가격·재고는 수시로 바뀌며, 후기는 개별 인증 후기가 아닌 공개 반응 종합입니다. 정품 판단은 전문 감정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