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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드라마

재벌가 드라마 스타일링 문법 — 눈물의 여왕·마인·더 글로리·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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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REPLE 매거진 조회 113 2026.07.20 17:31
재벌가 드라마 스타일링 문법 — 눈물의 여왕·마인·더 글로리·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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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를 배경으로 한 국내 드라마에는 예외 없이 명품이 등장한다. 그런데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라도 작품마다 화면 위에서 하는 역할은 다르다. 눈물의 여왕은 하이주얼리로 태생을 증명하고, 마인은 두 며느리의 스타일 차이로 집안 내 위계를 보여주며, 더 글로리는 가방을 가해 사실을 감추는 방패로 두르고, 안나는 명품 자체를 위조된 신분의 재료로 쓴다. 이 기사는 아이템을 나열하는 대신, 네 작품이 부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리는 문법을 비교한다.

눈물의 여왕 — 하이주얼리로 증명하는 태생

눈물의 여왕에서 홍해인(김지원)의 주얼리는 한두 점으로 그치지 않는다. 결혼반지로 쓰인 불가리 세르펜티 바이퍼, 백현우의 두 번째 프러포즈 반지인 로마 아모르, 5화 오피스룩의 까르띠에 발롱 블루·러브 이어링, 결혼식 장면의 쇼메 조세핀 듀오 이터널, 또 다른 오피스룩의 피아제 라임라이트 갈라까지 반지 하나로 끝나지 않고 시계·이어링·백까지 다섯 개 가까운 메종이 한 인물의 일상 곳곳에 배치돼 있다. 이 정도 밀도는 특정 장면을 위해 꾸민 결과라기보다, 하이주얼리를 두르는 일 자체가 이 인물에게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원래의 생활 방식이라는 뜻에 가깝다. 백화점 재벌가 상속녀라는 설정을 대사로 풀어 설명하지 않아도, 반복해서 등장하는 메종의 수 자체가 이 인물의 태생을 증언하는 셈이다.

마인 — 며느리의 스타일 차이로 그리는 위계

마인은 하이주얼리의 밀도 대신 두 며느리의 스타일 차이 자체를 위계를 그리는 도구로 쓴다. 서희수(이보영)는 1화 페라가모 트리폴리오 백에 이어 2화 디올 백, 1화 에르메스 드레스와 스티븐 웹스터 주얼리까지 회차를 넘나들며 브랜드를 계속 바꾼다. 반면 정서현(김서형)은 티파니 하드웨어 라인을 반복해서 착용하고, 마인 코트로 오인되곤 하는 1화 착장도 실제로는 막스마라 실크 셔츠로 하이엔드보다는 절제된 축에 속한다. 브랜드를 쉴 새 없이 갈아타는 쪽과 하나의 라인을 유지하는 쪽이라는 차이는 단순한 취향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한 집안 안에서도 자리를 계속 증명해야 하는지, 이미 자리를 굳혀 반복이 허락되는지에 따라 옷장을 채우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인상을 준다.

더 글로리 — 가방으로 두른 방패

더 글로리에서 박연진(임지연)의 가방은 취향을 보여주는 소품이 아니라 방어 장치에 가깝게 쓰인다. 파트1·2 내내 구찌 실비백·디올 레이디 디올·샤넬 탑 핸들 플랩백·발렌티노 락스터드 클러치·끌로에 스몰 테스가 번갈아 등장하는데, 여러 하우스를 고르게 오가는 이 소비는 학교폭력 가해자인 이 인물이 흠잡을 데 없는 위치에 있다는 인상을 계속 새로 만드는 작업으로 읽힌다. 매 순간 반복되는 하이엔드 소비가 문제 없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다시 씌우는 셈이다. 같은 파트1에서 하도영이 박연진의 과거를 캐묻는 대가로 최혜정에게 건넨 에르메스 켈리 포쉐트는 이 방패가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더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침묵을 사는 대가로 명품이 오간다는 설정 자체가, 이 작품이 하이엔드 소비를 무해한 취향이 아니라 은폐의 도구로 다루고 있다는 뜻이다. 이 기사는 이 아이템들을 스타일링 참고 대상으로 소개하지 않는다.

안나 — 신분을 위조하는 재료가 된 명품

안나는 앞선 세 작품과 전제 자체가 다르다. 눈물의 여왕과 마인은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인물들의 옷장을 보여주고, 더 글로리는 신분을 숨기려는 인물의 옷장을 보여주지만, 안나는 애초에 신분 자체가 위조됐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유미(수지)가 이안나로 살아가는 6화, 국내 브랜드 수닐의 드레스·재킷에 살바토레 페라가모 스튜디오 토트백을 더한 장면에서 명품은 스타일을 보여주는 장치가 아니라 위조된 이력을 완성하는 마지막 부품처럼 기능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진짜 상류층으로 설정된 현주(정은채) 쪽에서 나온다. 1화에서 그가 새로 샀다며 드는 루이비통 카퓌신은 2013년에야 출시된 라인인데, 극 중 시점은 2007년이어서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다. 위조된 인물이 아니라 원래부터 진짜였던 인물의 가방에서 이런 균열이 나왔다는 사실은, 이 작품이 다루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유미 한 사람만의 문제는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네 작품, 서로 다른 부의 문법

네 작품을 나란히 놓으면 재벌가 스타일링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게 사실은 하나가 아니라는 게 보인다. 눈물의 여왕은 여러 메종을 넓게 두른 밀도로 태생을 증명하고, 마인은 두 며느리가 브랜드를 다루는 방식의 차이로 집안 내 자리를 드러내며, 더 글로리는 가방을 은폐의 방패로 쓰고, 안나는 명품 자체를 위조의 재료로 삼는다. 하이엔드 브랜드가 등장한다는 사실은 네 작품 모두 같지만, 그 브랜드가 화면 위에서 하는 일은 태생 증명·위계 표시·은폐·위조로 전부 다르다. 아이템의 목록보다 이 차이를 먼저 보는 편이 재벌가 드라마의 스타일링을 읽는 더 정확한 방법이다.

정리

작품문법대표 아이템비고
눈물의 여왕하이주얼리로 증명하는 태생불가리 세르펜티 바이퍼 외 5종2024년 기준 커플링 합계 약 1,300만원대
마인스타일 차이로 보여주는 위계서희수 페라가모·디올, 정서현 티파니2021년 보도 기준 페라가모 약 265만원
더 글로리가방으로 두른 방패샤넬 탑 핸들 플랩백, 에르메스 켈리 포쉐트켈리 포쉐트 매장가 약 892만원(2023년)
안나신분 위조의 재료페라가모 스튜디오 토트백, 루이비통 카퓌신카퓌신은 2007년 배경에 시대착오

지금 살 수 있나

마인·안나는 2021~2022년, 더 글로리는 2023년, 눈물의 여왕은 2024년 방영으로, 이 기사의 가격도 각각 다른 시점 기준임을 먼저 밝혀둔다. 눈물의 여왕에서 소개된 불가리·까르띠에·쇼메·피아제 라인은 모두 각 메종의 상시 컬렉션에 속해 지금도 이름 자체는 이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더 글로리의 에르메스 켈리 포쉐트는 사정이 다르다. 켈리 라인은 대기와 구매 이력을 요구하는 쿼터제로 운영돼, 정가를 낼 의사가 있어도 매장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이 아니다. 마인의 페라가모 트리폴리오, 안나의 루이비통 카퓌신처럼 연도가 특정되지 않은 시그니처 라인은 이후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극 중 등장한 개별 컬러·소재까지 동일한 제품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정확한 현재 판매 여부는 각 브랜드 공식 채널에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Q. 네 작품 속 인물이 전부 재벌인가?

넷 모두 상류층을 배경으로 하지만 인물이 그 자리에 서 있는 방식은 다르다. 안나의 유미(수지)는 이력 자체를 위조해 이안나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나머지와 뚜렷이 구분된다.

Q. 더 글로리 박연진의 가방을 다룬 이유가 스타일링을 추천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다. 이 기사는 박연진의 가방을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감추는 은폐의 방패로 다뤘을 뿐, 소비 자체를 선망의 대상으로 소개하지 않았다.

Q. 안나에서 루이비통 카퓌신이 시대착오라는 게 무슨 뜻인가?

카퓌신 라인은 2013년 처음 출시됐는데, 정은채가 연기한 현주가 이 가방을 든 장면의 극 중 배경은 2007년으로 설정돼 있어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는 조합이라는 지적이다. 신분이 위조된 유미 쪽이 아니라 원래부터 진짜였던 현주 쪽 가방에서 이런 균열이 나왔다는 점이 이 기사가 주목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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